일곱개의 회의

[도서정보]

- 저자: 이케이도 준(심정명 옮김)

- 출판사: 비채

- 책의 주제: 한 중견기업에서 발생한 데이터 조작사건을 중심으로, 이를 은폐하려는 측과 폭로하려는 측의 갈등을 그린 옴니버스형식의 소설

 

[책을 읽게 된 동기]

이케이도 준의 책을 좋아해서 이 작가가 쓴 책은 웬만하면 모두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음

[책의 내용]

일본의 중견기업 '도쿄겐덴'의 영업부에는 '꽃과 같은 1과, 지옥 같은 2과'라는 말이 있다. 사카도 노부히코가 이끄는 영업 1과는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견인하는 할 정도로 우수한 실적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히라시마가 이끄는 2과는 만년 실적부진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면 영업 1과는 우수한 인재들만 모여있을 것 같지만, 무기력한 회사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핫카쿠 역시 영업 1과 소속이다. 핫카쿠는 영업부장인 기타가와가 입사동기이지만, 현재는 후배보다도 직위가 낮은 계장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에 영업부는 핫카쿠를 동료의 발목을 잡는 무능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핫카쿠는 자신의 상사이자 영업과장인 사카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위원회에 고발을 하게 된다. 평소 핫카쿠의 행실과 사카도의 실적만 보자면, 당연히 무혐의로 풀릴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사카도는 인사부 대기발령이라는 중징계를 받게 된다. 그렇게 영업 1과 과장자리가 비게 되고 이 자리에 영업 2과의 과장이었던 하라시마가 1과 과장으로 오게 된다. 그와 동시에 하라시마는 그동안 회사가 숨겨왔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데......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이나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2015년에 있었던 디젤게이트 사건이 떠올랐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 유해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비판받아온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 양을 조작해 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밝혀진 사기스캔들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폭스바겐은 대규모의 리콜을 단행하였고, 한화로 21조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게 되었다. 기업의 이미지 역시 크게 실추되었다.

 

아무리 기업의 이익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이 같은 데이터 조작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품질이 실제로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알 방법이 없다. 오직, 그 기업이 하는 말만 믿고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뢰가 깨져버린다면 소비자는 제품을 선뜻 사지 못 할 것이고, 이는 비단 그 기업의 제품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있는 다른 기업의 제품들에게 까지 불신이 퍼질 수 있다. 결국 비양심적인 장사꾼은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장사꾼도 망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 또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양심의 문제이다. 소설의 내용을 조금 밝히자면 핫카쿠는 '도쿄겐덴'의 비리를 밝힌 내부고발자였다. 사실 회사 비리를 밝힌다 해도 핫카쿠에게는 전혀 이득이 없다. 오히려 회사 임원들에게 찍혀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핫카쿠는 진실을 밝히는 것을 선택했고, 이를 후회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핫카쿠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거 아니야? 그냥 조용히 덮을 수 있으면 덮으면 될 텐데. 저 사실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나도 조작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미야노와 기타가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읽을 때는 '뭐 저런 양심 없는 인간들이 다 있어?'라고 욕을 했는데, 내가 이 사람들과 똑같다니... 어렸을 때는 정의감에 불탔는데, 이제는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들어 무서워졌다.

 

비록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핫카쿠 같은 사람이 있으니 이 세상이 그나마 살만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에 모든 용기 있는 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