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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에세이

선량한 차별주의자

by 가증스러운 푸우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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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저자: 김지혜

- 출판사: 창비

- 페이지: p213

- 한 줄 소개: 자신을 다른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

 

[책을 읽게 된 동기]

예전에 유명했던 책인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내용]

이 책은 자신은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차별을 하고 있는 그런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다룬다. 흔히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불평등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나의 위치로 인해 그것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수에 속한 사람들은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설혹 과거에 차별이 있었더라도 지금은 이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범주로 구분하는 습관이 있다.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분류하는 사과의 과정을 통해 범주를 만들고, 그 범주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또한, 사람들은 범주를 들었을 때, 익숙한 어떤 조합, 예컨대 미국인이라고 하면 백인-남성-성인을 떠올린다. 이런 식의 단순화된 정보를 스테레오 타입, 또는 고정관념이라고 부르는데, 문제는 이렇게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부 특징을 과잉 일반화하는 결과, 즉 편견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착각이지만, 그 영향력은 꽤나 강력해서 일단 마음속에 들어오면 일종의 버그처럼 정보처리를 교란시켜 버린다..

게다가, ‘새는 새장을 보지 못한다’,’, 즉, 구조적 차별에 둘러 쌓인 사회에서는 차별을 받는 사람들조차 그 질서에 맞추어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불평등을 유지시키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사회가 부여한 낙인을 자신 안에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차별하게 되는 것이다

 

 

2부에서는 차별이 어떻게 지워지는지, 즉 어떻게 정당한 차별로 위장되는지를 살펴본다.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서 웃자고 한 말인데 죽자고 덤벼든다는 말이 있다. 나는 재밌자고 한 말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어 분위기가 좋지 않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누군가를 비하하는 유머를 했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동일시하는 집단을 우월하게 느끼는 농담이나 자신이 동일시하지 않는 집단을 깎아내리는 농담을 즐긴다. 본래 유머는 금기된 영역의 빗장을 순간적으로 풀어내는 효과가 있는데, 금기의 빗장이 약자를 향해 풀렸을 때는 잔혹한 놀이가 시작된다. 유머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누군가를 비하함으로써 웃음을 유도하려고 할 때, 누군가는 조롱과 멸시를 당한다. 유머를 가장했기에 섣불리 화를 낼 수 없다.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어떤 차별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생각(능력주의)은 차별이 아니다. 너무나도 공정한 기준이다. 이러한 능력주의에 따르면 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능력주의가 정말 공정한 규칙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전제가 있다. 1) ‘무슨 능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하는 평가 기준을 만들고, 2)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편향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능력주의 체계는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전제가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에서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차별금지법을 주제로 우리가 이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저자의 생각을 말해준다.

 

[나의 생각]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내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제목대로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우리가 흔히 쓰지만, 듣는 쪽에선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표현이 나온다. 하나는 한국인 다 되었네요이고, 다른 하나는 희망을 가지세요이다. 첫 번째 표현인 한국인 다 되었네요는 주로 이주민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이 것을 칭찬의 표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듣는 이주민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무리 한국에서 오래 살아도 우리는 당신을 온전히 한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굳이 한국인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닌데, 왜 한국인이 된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있다. “희망을 가지세요역시 장애인들에게는 모욕적이다. 희망을 가지라는 건 현재의 삶에 희망이 없음을 전제로 하기에, 장애인의 삶에는 당연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더 근본적으로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 모욕적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이 두 표현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였다. 그 사람을 비하한다거나 모욕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이 책을 읽으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상황들이 불평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의 생각에는 모두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마냥 이 세상이 평등하다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것 같아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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