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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일본 소설

아키라와 아키라

by 가증스러운 푸우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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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저자: 이케이도 준(김선영 옮김)

- 출판사: 비채

- 한 줄 소개: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아키라의 이야기

 

[책을 읽게 된 동기]

이케이도 준 작가를 좋아해서 읽게 되었다.

[인상 깊은 구절]

어린 시절의 너는,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랐을까?

어린 시절의 너는, 어떤 냄새를 맡으며 자랐을까?

[줄거리]

영세공장의 아들 야마자키 아키라(이하 야마자키)’와 대형 해운업체의 후계자 가이도 아키라(이하 가이도)’. 태어난 곳도 자라난 환경도 다른 두 사람은 각자의 숙명을 짊어지고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며 살아간다. 먼저 야마자키의 경우,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회사가 도산해 버려 강제로 외갓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 후 아버지는 한 중소기업의 취직하게 되지만, 거기서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는 야마자키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으로 진로를 변경할 마음을 품게 된다. 반면, 도카이 해운의 후계자 가이도는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가 죽게 되자, 곧이어 아버지는 삼촌인 가이도 스스무와 가이도 다카시와 유산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삼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게다가 아버지는 가이도가 가업을 잇길 바랐지만,, 가이도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운명에 이끌리듯 만나게 되고, 둘 다 같은 시기에 산업중앙은행에 입사하게 되면서 은행원으로서의 삶을 걷게 된다. 하지만 곧 가이도에게 가혹한 시련이 다가오게 되는데, 도카이 해운의 사장인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게 되고 곧이어 죽게 된다. 비어있는 사장 자리는 가이도의 동생인 료마가 맞게 되고, 삼촌인 스스무와 다카시는 료마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리조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데 도카이 해운이 연대보증을 서게 만든다. 하지만 리조트 사업은 실패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도카이 해운은 위기를 맡게 된다. 결국 도카이 해운의 사장이 된 가이도는 회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야마자키와 손을 잡게 된다.

     

 

[나의 생각]

이 소설은 기존의 이케이도 준 소설과는 많은 점이 다르다. 일단 미스터리한 사건도 없으며, 수상쩍은 인물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강력한 빌런도, 그리고 그 빌런을 처지하면서 오는 짜릿한 사이다도 없다. 이렇게만 보면 전개가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케이도 준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인해, 아마 한 번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면 빠져서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일단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주인공인 두 아키라는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얼핏 보면 이 둘은 라이벌 관계인 것 같지만 아니다. 이 둘은 출세를 놓고 경쟁을 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둘이 영혼의 단짝이냐 그것도 아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야마자키와 가이도가 만나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렸을 때 스치듯이 한 번 만나고, 그 다음은 은행에 입사하여 신입생 OT때 한 번 만난다. 그리고 가이도가 퇴사하여 도카이해운의 사장이 되었을 때, 야마자키가 도카이 해운을 담당하게 되면서 한 번 만난다.

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라이벌도 아닌 두 주인공의 묘한 관계가 이 소설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두 아키라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는 것이다. , 한 번은 가이도의 이야기를, 다른 한 번은 야마자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이도의 이야기를 할 때는 야마자키는 등장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야마자키의 이야기를 할 때는 가이도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나는 헷갈리지 않고 두 아키라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계속 같이 등장했다면 읽는 도중에 헷갈려서 내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신입생 OT에서 가이도와 야마자키가 맞붙는 장면이다.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두 팀을 선발해, 한 팀은 융자를 신청하는 회사의 역할을, 다른 한 팀은 그 융자를 심사하는 은행의 역할을 해야 했는데, 가이도 팀이 회사의 역할을, 야마자키팀이 은행의 역할을 맡았다. 이 장면에서 두 아키라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작가는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데, 정말 이 장면을 읽을 때는 머리카락이 주뼛 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케이도 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한자와 나오키가 생각났다. 이 소설에 나오는 두 아키라도, 그리고 한자와 나오키에 나오는 한자와도 모두 은행원이며, 일본 경제의 버블이 절정이던 시기에 입사를 하였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훌륭한 뱅커임에는 틀림이 없다. 내 상상인데, 야마자키 아키라의 동기 중 하나가 한자와 나오키가 아닐까? 둘이 입사한 은행도 산업중앙은행으로 같던데, 이러다 둘이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ㅎㅎㅎ

 

지금까지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감상평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정말 재밌다. 꼭 읽어봐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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